아빠, 저도 집안사정 좀 알면 안 되요?
아빠, 저도 집안사정 좀 알면 안 되요?
  • 솟대
  • 승인 2012.06.08 19:06
  • 호수 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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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지했다. 얼마 전 학교관계자로부터 현재 본교가 처한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 상황인 즉슨, 교과부가 우리나라 대학을 관리 좀 해보겠다고 만들어놓은 지표 중 몇 가지 항목에서 본교의 지표가 비슷한 규모의 대학에 비해 한참 미달이라는 것이다. 그 몇 가지 라는 게 부실대학으로 찍혀버릴 수 있는 위력이란다.

 작년 상명대가 부실대학명단에 선정됐다. 우후죽순 생겨난 대학들, 대학생들 코묻은 등록금으로 주식투자해 돈 불리는 몇몇 대학들 좀 관리해보겠다며 시작된 교과부의 대학구조조정이 제동이 걸렸다. 10년 후, 학령인구가 감소하면 수요자가 대폭 줄어드니, 대학들도 이제 안이하게 적당한 선에서 이익보면서 운영하겠다는 태도를 유지할 수만은 없게 됐다. 반값등록금 투쟁으로 제동걸린 교과부의 칼바람에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대학들이 발버둥치고 있다. 본교도 교과부의 등록금 인하기준을 충족시키고 교과부의 재정지원사업을 따내며 쟁쟁한 대학들 사이에서 살아남으려 노력하고 있다.

 헌데 본교는 현재 내적갈등을 겪고 있다. 이미 ‘결과’를 도출해낸 학교는 학생들이 그 연산을 따라오지 못하는 것을 답답해한다. 연산능력이 있어야만 풀 수 있는 문제와 답만 슬그머니 내놓았다. 학생들은 어떻게 그런 결론이 나오게 됐는지 알 턱이 없다.

 어쩌면 결과는 정해져있다. 본교 구성원 중 누구라도 본교의 상황에 대해 알게 됐을 때, 그냥 찬물 끼얹고 돌아설 리 없다. 축제 첫 날, 학제개편안이 나왔다는 얘기를 들었을 땐 그냥 멍했다. 학교가 몇 년간 준비해왔던 얘기를 학생들은 하루아침에 턱하니 들었다. 괜한 배신감이 든 거다. 자신도 구성원이니 말이다. 결국엔 학교가 존재하는 이유는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서다. 또 학생들은 본교에 들어온 이상, 삶의 일부분에서 본교 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진다. 교수든 학생이든 말이다.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김용승 부총장은 “학제개편과 교수협의회는 별개다”라고 말했다. 납득이가는 부분이긴 하지만 어쩐지 섭섭하다.

 현재 학제개편 논의는 여전히 해당학과 차원에서 조용히 이루어지고 있다. 해당학과가 아닌 학생들은 사실 알 턱이 없다. 자기집 이야기를 듣는 것에 선수학습을 해야하는 걸까. 내 집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알려면 어떤 자격이 필요한 것 같다. 그렇게 일정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점점 멀어진다. 그저 아빠는 돈 벌어 올테니 너희는 착실하게 학교 다니고 공부 열심히 하라는 거다.

 결과적으로 내가 속한 이 학교는 계속 존속하며 달려 나가야한다. 학교가 발전하는 것이 나에게 불이익을 가져다주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달려나가는 가운데 내 집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내 집을 사랑하고 발전해나가고 싶다. 그러려면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아는 것은 기본이다. 본교의 이념처럼 문제가 발생하면 합의를 이끌어가는 윤리적 리더로 길러 달라. 시대정신은 소통하며 불평등한 일이 없도록 조직을 이끌어나가는 이에게 진정 박수를 보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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