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곡동 VS 인사동 간판비교
역곡동 VS 인사동 간판비교
  • 최윤지 기자
  • 승인 2009.11.11 19:50
  • 호수 1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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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멋’과‘맛’간판에 걸리다

‘5백년’이라는 기간을 떠오르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를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조선왕조의 5백년 역사를 생각 할 것이다. 또한 5백년은 얼마 전에 이루어진 이산가족 상봉에서, 아직까지 상봉하지 못한 8만여 명의 대기자가 모두 가족을 만나기까지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만큼 5백년이라는 기간은 꽤나 긴 시간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매일 사용하고 있는 한글은 얼마나 오래 된 것일까. 자그마치 올해가 한글의 563돌이다. 너무나도 익숙해서 잊고 있던 한글의 중요성과 그 아름다움을 재조명 하기위해 한글날을 기념하여 역곡과 인사동의 간판을 비교해보았다.

의미와 아름다움이 어우러지는 한글간판
무질서한 간판으로 가득한 거리, 그에 대한 대안 책이었던 간판 개선 사업은 오히려 획일화된 풍경들을 만들었다. 하지만 전통 문화와 예술 활동의 중심지인 인사동은 어떨까. 대표적인 예를 들면 인사동의 한국적임을 유지하기 위해 스타벅스는 라틴알파벳 대신 한글로 ‘스타벅스 커피’를 쓰고 있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한글로 이름을 쓴 스타벅스 체인점이다. 무엇보다도 인사동은 외국계 체인점 자체가 매우 적다. 종로2가를 지나 관훈동 북쪽의 안국동 사거리까지를 말하는 인사동거리. 1999년 4월 영국의 엘리자베스2세 여왕이 방문하여 한국 예술품의 아름다움을 극찬하였다는 사실이 새삼스럽지 않을 정도로 인사동 길을 걸으며 보는 간판에서는 영어 간판보다, 확연히 다가오고 정겨움을 느낄 수 있다. 반면 우리가 역곡역에 내려서 학교로 오는 길을 한번 떠올려보자. 수많은 체인점들로 가득한 건물. 체인점이기에 같은 간판을 써야하고, 그렇기 때문에 어디서 나 흔히 볼 수 있는 간판들이 대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역곡에서만 3곳 이상에서 같은 간판을 볼 수 있는 가게도 있다.

간판,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다
‘오! 자네 왔는가’인사동 길을 걷던 중 제일 처음 눈에 들어온 가게 간판이다. 간판을 읽는 순간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무엇을 파는 가게인가 했더니 전통 찻집이었는데, 가게 간판이 주는 따뜻함이 차와 매우 잘 어우러져 보인다. 이 외에‘인사동 풍경이 있는 전통찻집∙커피’집은 다른 가게와는 달리 바깥쪽 자리가 유리벽으로 막혀있지 않고, 유리가 있어야 할 자리가 뻥 뚫려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창가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바깥으로 까지 얼굴을 내밀고 인사동 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대부분의 인사동 거리에 있던 카페들의 간판을 보면 단지 음료를 팔아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카페에 온 사람들에게 진정한 쉼터임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역곡에 있는 카페들을 떠올려 보자. 대부분의 카페가 체인점이고, 간판 역시 별 다를 바 없다. 비교 할 곳은 카페뿐만이 아니다. 커다란 톱을 간판으로 사용하여 인테리어 가게임을 알리는 간판. 한눈에 보기에도‘예쁘다’는 생각이 드는 간판. 반면 길을 가다보면‘어디서나’볼 수 있는 흔한 네모진 간판. 두 가게가 나란히 있다면 단연 어느곳에 내 집 인테리어를 맡기고 싶을까. 획일화된 간판이 걸려있는 가게는 그 안의 사람들도 딱딱할 것 같지 않은가?

인사동을 제외한 대부분의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이런 풍경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이에 머무르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가 작가들의 상상력을 간판 위에 자유롭게 발휘하는 전시회로 기획된‘간판투성이 􃫝’(10/8~22). 홍대 상상마당 3층 아트마켓에서 열린 이 전시회는 한글날을 기념하여 작가가 사는 동네의 실제 점포의 간판을 새롭게 작업하거나, 작가의 작업실 혹은 회사 간판을 한글을 이용해 ‘아름다운 한글 간판’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인사동의 간판이 한국적인 따뜻함이라면, 간판투성이의 간판들은 한국어의 우수성을‘제대로’표현 했다고 할 수 있다.

홍정은(28) 디자이너는“이름만 크게 써져있는 간판들 보다 이렇게 작품 같은 간판들이 거리에 많이 세워진다면 미술관 같아질 것 같다”고 말했듯이 간판은 단순한 알림판이 아니라 우리 대중과 문화를 아우르며 세상과 소통하는 하나의 공간미학인 것이다. 간판 아트워크를 통해 한글 간판은 촌스럽다는 편견을 깨고 한글이 시각적으로도 매우 아름답고 예술적인 가치가 큰 문화유산임을 깨달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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