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이기보다는 대학생이고 싶습니다
채무자이기보다는 대학생이고 싶습니다
  • 장재란 기자
  • 승인 2012.10.30 22:38
  • 호수 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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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사진들은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었던‘학자금 대출신청할 때 표정’이다. 출처_네이버 이미지

 한 교수님의 강의 일부분이 생각난다. “여러분은 신용카드로 물건을 사느냐”는 교수의 질문에 몇몇의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교수는 손을 든 학생들에게 다시 물었다“당신들은 어떤 것을 담보로 물건과 바꾸는 것이지요?”이 질문에 학생들은“저의 신용이요!”라고 답한다. 교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미소를 지었다. “아니지요. 신용카드 회사가 당신들을 어떻게 안다고, 신용한답니까, 당신들은 이미 당신의 미래의 노동력을 카드회사에 가져다 가주고 있는 셈이지요. 돈을 벌 수 없는 사람이라면‘신용’이라는말로 둔갑하여 돈을 쓸 수도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지요.”

 대학이라는 사회에 발을 들인 학생들에게 납부하라는 돈은 학생 신분으로는 마련하기 힘든 액수이다. 부모님께서 넉넉히 돈을 주신다면 걱정 없겠으나, 아니라면? 돈을 빌려야한다. 미국의 대학생들이 학자금으로 파산한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이 시점에, 학자금이 한국의 대학생들에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본 사례는 가톨릭대학교학보사 명의로 된 페이스 북 계정을 통하여 가대 학우들에게 “학자금에 대한 의견/어려움”을 받은 것을 각색한 내용입니다.
 (제보해 주신 분들의 사생활보호를 위해 익명으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 성심 - 본교 학자금 사례

“공지가 되었다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것이다”

 A씨는 본교 이과공과대학(이하 이공대)에 수시 1차 잠재능력우수자 전형으로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수시에 합격한 그는 수능을 보아도, 정시로 다른 학교를 지원할 수 없었다. 수능을 치르고 등록금 납부기간이 되었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학자금 취업 후 상환이었다. 그러나 취업 후 학자금을 받을 수 없었다. 수능 성적이 기준에 미달된다는 이유였다. 수시 합격하면 수능은 무의미하다는 말에 따라, 치른 수능이 이렇게 억울한 상황을 만들다니. 학자금에 대해서 알고 있는 고등학생도 드물뿐더러, 학자금을 받을 때 종류 별로 기준이 있으니 대비하라고 알려주는 사람은 더 없었다. 그저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에 입학하라고 했을 뿐.

 취업 전 상환 규칙에 따라, 꾸준하게 5.7%의 이자로, 월 초에 약 3만원이 통장에서 빠져나갔다. 당시 자취를 하던 시절에 1,2만원도 소중한데 3만원씩 가져가니, 너무 크게 느껴졌었다. 그렇게 꾸준하게 이자를 내다가 2011년 7월 입대영장이 나왔다.

 7월 입대를 위해 2011년 1학기부터 휴학을 신청했다. 휴학을 하고 학자금에 대해 신경을 못 쓰고 잊고 살아갔다. 행정상의 오류가 있든 없든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 입대할 쯤 돼서, 떠올라 들어가 본 대출 현황에는 휴학 기간 동안의 연체 내역과 함께 ‘신용유의자’가 되었음을 공지하고 있었다. 신용유의자로서 군복무 상환유예도 불가하다는 말에 상환유예 신청도 포기하고 입대했다.

 뿐만 아니라 11년 3월부터 원금 상환도 시작되고 있었다. 이자와 함께 원금 상환을 누가 어떻게 대신해주겠는가. 죄송하고 감사하게도, 아버지께서 그 빚을 다 져주셨고, 매달 약 22만원을 상환해주셨다. ‘매달 22만원’이라는 숫자는 직장을 가진 직장인도 버거울 것이다. 한 학기만 학자금 대출을 받은 것인데도 이러한데, 본인 스스로 전액을 상환해야하는 학생은 어떻게 감당해 나갈지 생각만 해도 숨이 턱 막힌다.

찬란할 대학생활이 ‘돈’ 때문에 치열한 대학생활으로.

 본교는 타대에 비한다면 싼 편에 속한다. B씨는 인문학도로, 약 3백 2십만 원의 등록금을 내고 학교를 다녔다. 그는 3학년부터 취업 전 대출을 받았다. 부모님께 빚을 대신 지어드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는지, 스스로에 대한 책임감에 대한 마음이었는지 악착같이 뛰고 뛰었다.

 간혹 자기 돈으로 학비 안 내본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이 있다. 학비만 해결되면 한 학기가 해결되는 줄 아는 것 같다. 학자금 대출하는 사람들도 사람인지라 밥을 먹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타인과 같은 비용을 지불하는 등의 기타‘비용’도 필요하다.

 그는 취업 전 대출 이자와 원금 상환을 위해 시간표부터 수정했다. 시간표는 무조건 9시부터 4시까지로 만들어놓고 평일 6시부터 11시까지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르바이트가 없는 주말에는 고등학생 과외를 하며 남는 시간에는 학과 공부를 했다. 공부도 놓칠 수가 없었다. 장학금으로 면제되는 금액은 학자금을 덜 빌려도 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그의 대학생활은 정말 치열했다.

 그렇게 그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이런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잇다. ‘빚’의 무서움을 먼저 알아버린 까닭일까, ‘돈’의 무서움이 컸고, 그 스스로 용돈을 마련해 쓰는 그에게 신학기의 교재의 부담은 다른 학생들보다 컸다. 교재가 비싸서 교재를 구해 제본을 해서 강의를 들어갔다. 그 때의 교수님의 말씀을 그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자네는 왜 교재를 구입하지 않고 제본을 하는가?” 물론, 제본이 잘못된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교수님께서 그의 치열한 노력에 대해 알아주시는 것 같지 않아 섭섭한 마음이 들었던 모양이다. 알게 모르게 상처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도, 이렇게 치열하게 산 덕분일까, 졸업해서 바로 취업을 하였다. 졸업하고도 남아있던 3백 만 원의 돈을 갚을 수 있었다. 그런데 끔찍한 것은 우리 사회는 졸업하고 바로 취업할 수 있는 사람이 몇 없다는 것이다. ‘만약...’이라고 생각하다보면 정말 끔찍하다.  

■ 취업 후 상환 개정법률안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대선 후보들이 반값등록금만을 외칠 때, 한 쪽에선 대학생들은 학자금으로 인해 골머리를 싸고 있다. 심지어는 저, 한국의 반대쪽 미국에서는 이미 학자금으로 인해 골머리를 넘어, 파산에 이르는 대학생들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대학생들의 현실을 어떻게 파악하고, 불거져 나온 대학생들의 ‘학자금 문제’를 어떻게 대비하려 하는가? 이러한 물음에 답변이 되어줄 수 있는 예시로 ‘학자금 대출 관련 개정법률안’들 수 있다. 이를 통해 정부가 학자금 대출로 불거진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 보자.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 개정안 등장!

 2012년 8월 24일, 이상민의원 등 13명이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제안하였다. 이번 개정법률안을 제안하는 총 14명의 국회의원들은 대학 교육이 ‘의무교육’임을 언급한다. 현재 고교졸업생의 84% 이상이 대학을 진학하고 있다. 이는 대학교육이 더 이상 선택의 개념이 아니라 ‘교육의 정식 코스’처럼 이어지고 있는 연장선의 개념인 것이다. 다수가 대학 교육을 받고 있는 현실에서 비싼 대학 등록금을 대학생 개인의 책임으로만 전가해서는 안 되는 것임을 주장하며 현재 학자금 제도는 손 볼 필요가 있음을 주장한다.

 이 법안은 현행 제도상에서 ‘가장 부당하다고 일컬어진’ 점들을 꼬집었다. 현행 법안의 경우 크게 네 가지 문제점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첫 번째로 이자율이다. 현재 대출이자는 3.9%이다. 시중 은행의 대출 이자보다는 낮은 편에 속하지만 고정적인 수입원이 없는 대학생들에게는 여전히 부담 있는, 높은 금리이다. 따라서 개정법률안에는 등록금 이자는 무이자로 할 것을 제안한다. 둘째로, 자격요건을 폐지하는 것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대출시 자격 평균이 35세 이하이며, 12학점 이상, 학점이 C+이상인 경우에만 대출이 가능하다. 이러한 제한들로 하여금 대학에 다니고 싶어도 못 다니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취지하에 자격요건을 폐지하자고 한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취업 후 상환 학자금을 받을 수 없었던 대학원생도 포함시켜야 함을 제안한다. 세 번째로, 대출받은 대학생의 군복무기간도 거치기간으로 포함시켜 이자를 부과한다. 군복무를 하는 대학생들은 약 2년간 이자를 더 내는 셈이다. 하여 군복무기간 동안에는 이자를 공제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상환개시 이후의 상환원리금계산을 복리로 계산해 대출금의 부담이 늘어났는데 이를 단리의 계산 방법으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

결국은 취업이다.

 학자금 대출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든든학자금과 일반학자금이다. 취업 전 상환인 일반학자금과 취업 후 상환인 든든학자금임을 볼 때, 이 둘은 다르지만 그 기준점은 동일하다. 바로 취업이다. 그렇다면 왜 취업인가? 아무리 공부하기 위함이더라도, ‘대출’이기 때문이다. 대출이기 때문에 돈을 상환할 수 있는 담보가 필요하고, 그 담보는 돈을 상환하기 위한 노동력이어야 한다. 즉, 미래의 노동력이 담보인 셈이다.

 미래의 노동력이 담보임을 전제로 이번 학자금 대출 개정법률안을 보자. 개정법률안의 경우 대체적으로 수면에 드러난 문제점에 대한 개정이거나 지금까지 지적되어 오던 문제점에 대한 개정이었다. 이러한 개정은 반드시 필요한 개정이었으나, 결국은 형식적인 개정에 그칠 수밖에 없다.

 10월 10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박홍근 민주통합당 의원이 한국장학재단에서 받은 ‘학자금대출에 의한 신용유의자, 연체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로 인한 신용유의자 수는 2008년 1만250명에서 올 8월 기준으로 3만7431명으로 2008년부터 지금까지 약 3.65배 늘어났다.

 이에 박홍근 의원은 “대학생 수만 명이 신용유의자로 낙인 찍혀 취업까지 못하고 있는 상황”임이 문제임을 지적했다. 박 의원의 말대로 신용유의자이기 때문에 취업에 영향을 준다. 동시에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취업을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정법률안은 취업을 기반으로 한 원금과 이자 상환한다는 측면을 간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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