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사람을 잡아먹는다?
‘ⓒ’가 사람을 잡아먹는다?
  • 심상현 기자
  • 승인 2009.11.11 20:06
  • 호수 1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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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 저작권법 적용 양상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저작권’이란 이름의 쓰나미는 소리 없이 모든 것을 뒤삼키고 있다. 인터넷 상의 저작권 침해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개정된 저작권법으로 인해 음악, 영화, 소설 등을 올리거나 내려받았다는 이유로 고소당하는 일은 이제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최근에도 미국과 일본 업체들이 국내 네티즌 6만 5천명을 저작권 침해로 고소했다는 기사가 주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 머리기사로 올라왔을 정도로 저작권 문제는 개인의 문제를 벗어나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지금까지 자신이 마음에 드는 글과 사진이나 음악 등을 블로그에 올려놓는 것은 출처정도만 밝힌다면 문제시 되지 않았다. 그러나「저작권법」에 따른다면 우리가 자연스럽게 했던 행위들이 ‘불법’이었고 그 행위를 한 수많은 네티즌은 ‘범죄자’로 규정된다. 비상업적 목적이라도 창작물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저작권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저작권 침해 문제에 대해 자유로운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지난 7월 23일, 언론인권센터에서는 개정된 저작권법의 시행을 맞아 흥미로운 조사를 했다. 저작권법을 발의하거나 찬성한 143명의 의원들이 저작권을 침해했는지 조사한 것이다. 그 결과 90% 이상이 저작권법을 위반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저작권 제도, 무엇이 문제길래?

현재의 저작권 제도는 사실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저작권의 범주가 지속적으로 팽창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1709년 영국에서 최초의 저작권법인「앤여왕법」이 시행되었을 때, 저작권의 대상은 출판물에만 국한되었고 그 권리도 복제할 수 있는 권리(Copyright)에 한정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저작권의 대상은 출판물뿐만 아니라 사진, 이미지, 음악, 영화, 방송, 심지어 건축과 컴퓨터프로그램 등으로도 확대되었으며 권리 또한 복제권 뿐만 아니라 동일성유지권, 공연권, 공중 수신권, 2차 저작물 작성권 등으로도 확대되었다.

저작자의 권리 보장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저작권자의 권리가 확대된다고 해서 반드시 사회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동영상과 음악을 편집하여 UCC를 만들어 인터넷 상에 올리는 것이나, 팬픽 등의 동인작품을 만드는 것이나, 다른 가수의 곡을 자신이 부른 것을 유투브 등의 인터넷에 올리는 등의 창작행위가 저작권으로 규제되는 것은 창작의욕을 저하시키고 창작을 가로막는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이로운 일이 아니다. 저작권 유효기간이 계속 연장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저작권이 처음 시행되었을 때 그 기간은 14년에 불과했다. 하지만 유효기간이 차츰 연장되어 현재는 ‘선진국’의 경우 저작권자 사후 70년에 달하며 상대적으로 기간이 짧은 한국도 저작권자 사후 50년에 달한다. 같은 지적재산권의 일종인 특허의 유효기간이 20년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저작권의 유효기간은 너무나 길다. 어느 정도의 저작권 유효기간 연장은 창작자의 의욕을 증진시켜 창작을 증가시킬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존의 저작권 유효기간을 연장한다고 해서 기존의 창작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새로운 창작은 기존의 창작물에서 전부 또는 일부를 차용한다는 점에서 저작권 유효기간 연장은 새로운 창작에 부담을 줄 것이다. 대부분의 음악, 서적, 이미지 등의 창작물은 5~10년 내에 상업적인 가치를 잃는다. 이미 상업적인 가치를 잃은 창작물들이라면 자유롭게 향유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일이다. 하지만 현재의 저작권 제도에서는 모든 창작물은 수십 년 동안 저작권이 유지됨으로서 이를 막고 있다.

저작권 제도 형식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현재의 저작권 제도는 저작권 표시를 한 저작물 뿐 아니라 제작된 모든 창작물들에게 저작권을 보호하고 있다. 비상업적인 경우에도 타인의 창작물을 사용하려면 사전에 저작권자에게 반드시 동의를 받아야 한다. 동의절차도 번거롭지만 저작권자가 사망 등으로 인해 알 수 없을 때에는 창작물을 사용할 수 없다. 이러한 불편함은 창작 의욕을 저하시킨다. 지나친 상업화도 문제이다.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판단과 경제능력이 없는 초등학생에게 합의금을 요구하거나, 비상업적인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데에도 창작물을 사용하려면 상당한 액수의 저작권 사용료를 지불하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저작권 제도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현행 저작권 제도가 추구하는 목적은「저작권법」1조에 나온 것처럼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이다. 그러나 현재의 저작권 제도는 위에서 보았던 것과 같이 여러 가지 폐해를 가지고 있다. 물론 저작권은 보호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제도는 저작권법이 추구하는 목적인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예전에 한 대부업체 사장이 고백을 한 적이 있었다. “내가 우리 회사에서 대부를 받아도 최저금리보다 훨씬 높더군.” 이 고백은 명목상의 금리를 지키지 않는 대부업체의 행태를 꼬집는 발언이다. 대부업체 사장조차 최저금리를 적용받지 못하는 것처럼 저작권법을 만든 국회의원조차 저작권법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저작권법이 무엇보다 저작권자의 권리보호를 해야 하지만 현재 저작권 제도는 엄격한 법 적용으로 창작을 가로막고 많은 사람들을 범죄자로 만드는 등 필요 이상으로 가혹한 모습이다. 옛말에 빈대 잡는다고 초가삼간 태운다고 했던가. 저작권 침해를 막겠다고 창작의 불씨를 꺼뜨리는 현행 저작권제도는 그 대가가 이익을 넘어서고 있다. 저작권 제도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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