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달리는‘지하철도’999~♬
오늘도 달리는‘지하철도’999~♬
  • 오준섭 기자
  • 승인 2009.11.11 21:49
  • 호수 1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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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 무의식중에지나치는지하철속삶의군상

“땡땡땡땡땡땡~ 지금, 열차가 들어오고있습니다. 손님 여러분께서는 한걸음물러나 주시기 바랍니다.”바로 지하철 이용자에게 익숙한, 그러나 다소 딱딱한 알림소리이다. 지하철은 수도권 시민들의 생활의 일부요, 유용한 발이다. 비행기가 아닌 이상 도로 교통난의 도피처인 지하철은, 그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내며 도시인들의 단절을 보여주는 장소다.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것은 다음과 같다. 내 앞에 앉은 사람의 표정을 보며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를 예상하거나, 지하철 안의 외로운 벤처사업가 (잡)상인들의 수입이 얼마나 될는지 추측해보거나, 심각한 애정행각을 벌이는 커플들을 보면서 그들의 미래(!)를 점쳐보거나, 자다가 내릴 곳을 지나쳐 종점까지 가거나……. 지방 소도시를 비롯한 시골에 없는 지하철은 ‘도시’의 상징이다. 즉 지하철에서 도시인의 애환을 볼 수 있다. 1호선부터 9호선까지, 그곳에는 우리네 인간사가 담겨있다.

 

무념무상(􂬽念􂬽􂾐)의 지하철

지하철 이용객은 무수히 많다. (신도림을 보)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지하철이지만, 정작 그들은 이곳이 달갑지 않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군상들은 (예외를 제외하고) 하나같이 무심한 표정을 짓고 있다. 단어로 표현하자면‘무표정’,‘ 피곤’등으로 일축할 수 있겠다. 출근시간대 지하철 안을 들여다보자. 최대 혼잡도 220%인 빽빽한 콩나물 시루 속인 지하철에서 사람들의 표정은 마치 이스터섬에 서있는 무념무상(?) 이스터 석상을 방불케 한다. 지하철을 혼자 이용하는 사람이 웃는다면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다. 또, 지하철이라는 공간 자체가 이용객이 많아 신체접촉이 일어나는 것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이용객은 ‘눈 둘 바를 몰라’당황스럽다. 특히 좌석에 앉으면 가장 눈이 가는 곳이 맞은편 이용객의 ‘눈’인데, 자칫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앞사람과 눈을 마주치기에는 민망하고, 그렇다고 아래쪽에 시선을 두면 변태(?)로 오인 받을 수도 있고, 맞은편 창밖을 보기에는 전철의 빠른 속도에 머리가 어지럽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사람들은문자 하나 오지 않는 핸드폰을 무심히 열고 닫는다.

 

장애인을 위한 지하철은 없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장애인에 대한 복지는 수도권지하철에서 점진적으로 나아지고 있다. 서울시가 서울형 복지를 외치면서 기존에 낙후된 지하철 장애인 시설에 장애인용 오토리프트, 장애인, 노약자용 엘리베이터 설치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를 이용하는 당사자의 마음은 결코 편치만은 않다. 휠체어가 공간을 적지 않게 차지하는 만큼, 타인들이 승∙하차에 불편을 겪을 수도 있다는 부담감 때문. 지하철공사 측에서도 이런 점을 감안하여 장애인 전용 칸을 전동차 일부 칸에 설치하였지만 실제 이용률은 미미하다. 여전히 지하철은 그들에게 매우 큰 문턱이다.

 

커플들에게 저주를

솔로입장에서는 부러움에 대상이자 한 쌍의거머리(를 방불케하는) 커플들 역시 지하철에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그들은 지하철에서 미소짓는‘소수’인종이다. 그들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 아니다, 의식은 하니까 그 이상의 추태는 않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외려 따가운 시선을 즐기는 것이 아닐까? 자신들의 애정이 견고함을 남에게 과시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노인철?!

서울 지하철 1호선에는 유별나게 노인들이많다‘. 나들이나오셨나보다’고그냥지나치기 쉽지만 노인들이 1호선에 많은 것은 인천, 온양온천, 탑골공원, 유명 산까지 노인들이 선호하는 곳을 다 커버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가족에게서 소외받거나 빈곤층 노인은 시간을 때우기 위해 종점에서 종점으로 외로운 승차를하고, 주변인에게 돈을 부탁하기도 한다. 노인들이 많아진 만큼 지하철에서 노인과 관련된 문제들이 많이 늘어났다.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비어있는 노약자석에 앉고 싶은 충동을 억제한 적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노약자석과 일반좌석의 구분은, 기성세대와 신세대 간의 단절을 보여주기도 한다.

 

지하철에서 사회를 읽는다

‘자∙출∙족’요즘 들어 신조어로 떠오르고 있는 이 단어는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고유가 시대에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면 몸도 건강해지고 교통비도 아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취할 수 있기 때문에 늘어나는 추세이다. 지하철을 타,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는 사실. 2호선 신도림역에 서서 30분 정도 가만히 지켜보면 자전거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꽤 많이 보인다. 예전에는 상상하지 못하였던 광경이다. 지하철에 자전거를 들고 오다니! 달리는 전동차 안에 자전거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은 ‘뭐야 자전거를 왜 지하철에 가져오는 거야’라는 불만의 표정‘, 우와 지하철에 자전거를 들고왔어’라는 호기심의 표정 두 가지로 읽을 수 있다. 또한 지하철 이용객들이 펼쳐 읽는 신문사와 책의 경향이 보이며, 최신 유행하는 패션 스타일도 한 눈에 보인다. 지하철은 하나의 작은 사회다. 교통수단으로서의 지하철 이용객 중, 그 공간에 소요되는 시간이 유익하다고 느끼는 자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루 일과 중 그저‘남거나 아까운’시간일 터다. 그러나 지하철은 하나의 사회이기도 하다. 현대사회의 문제점은 지하철 안에서 찾을 수 있으며, 때로는 신랄하게 나타난다. 무심코 지나치던 지하철을, 오늘부터는 낯선 눈으로 바라보길 바란다.

<오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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