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가작] 수상소감 - 김정년(국어국문 4)
[수필 가작] 수상소감 - 김정년(국어국문 4)
  • 김정년(국어국문 4)
  • 승인 2018.12.11 11:47
  • 호수 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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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을 아끼는 사람들은 달,별,꽃,바람,농담 같이 실용성 없는 것을 탐닉하고 그것을 독특한 말투로 풀어내는데 관심이 많은 듯 합니다. 얼마 전에 종영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모던보이 김희성을 생각합니다. 이따금 타인에게 ‘무용하고 아름다운 것을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이들은 요즘 표현으로 ‘갑분싸’를 만들긴 하지만, 쓸모없고 예쁜 것을 재현하려 애쓰는 자들도 나름의 쓸모가 있는 법이고, 그것이 의외로 집단의 응집력을 높이는 것 같습니다. 또래에게 삶을 사랑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겁니다.

감사인사를 전해야 할 사람이 많습니다. 수필로 얻은 영광을 지난 십여년 간 교정에서 만난 학우 여러분과 모자란 저를 가르친 교수님들께 돌립니다. 이태준의 <문장강화>를 놓고 추운 겨울날 학교에 모여 산문습작을 함께한 ‘가대쓰기단’과 모자란 리더의 문학읽기 소모임에 누구보다 잘 따라와 준 ‘가대독서단’에게 전합니다. 우리는 나이와 학번이 우정을 맺는데 아무런 장벽이 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해냈습니다. 목적에 충실한 소모임은 탁월한 성장을 이끌어내니 앞으로도 잘 해내봅시다.

마지막 학기에 상담심리학을 들었던 건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 정남운,김보영 교수님.거기서 만난 학우님들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반가웠습니다. 여러분은 제게 인간관계를 조망하는 관점에 커다란 영감을 불어넣었습니다. 여러분이 삶의 모순을 섬세하게 염려하는 모습은 제게 선한 영향력을 미칩니다.

좋은 스승님을 여럿 만났으나, 국문과의 현대문학 담당교수님들만큼 제게 큰 영향을 미친 은사님은 앞으로도 안 계실겁니다. 글의 힘을 의심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소설수필은 무용하고, 평론은 말을 위한 말이라 여겼기에 전공을 떠나려고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김지연,안용희,홍기돈 선생님. 세 분과의 만남은 제게 문학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셨고 캠퍼스 안팎에서 나눈 대화는 밤하늘로 올라가 별자리가 되었습니다. 문학의 성좌를 따라 열심히 습작을 거듭하겠습니다.

제가 지어올린 문체의 개성과 언어적인 재능은 문학을 사랑한 끝에 촉진된 것이고, 그것을 사람에게 쏟을 수 있게 염려하는 것은 오직 성심교정에서 지어올린 경험에서 비롯됐습니다. 경험과 문체를 갈고 닦아야 하는 수필 분야에서 수상하게 된 것은 다 여러분과 함께한 덕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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