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2) - 갈 곳이 없어진 난민들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2) - 갈 곳이 없어진 난민들
  • 윤채현 기자
  • 승인 2021.09.21 2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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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5일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항복을 선언함에 따라 탈레반은 20년 만에 다시 아프간을 장악했다. 탈레반이 재집권하자 수백만 아프간 국민들은 자국을 탈출하고 있다. 하지만 탈레반이 주변국으로 가는 길목을 통제하고 있는 가운데, 가까스로 탈출한 난민들은 어디로 가야 할지와 이웃 국가들이 난민을 얼마나 수용할지를 둘러싸고 문제가 되고 있다.

 

한편, 아랍에미리트 대피소에 수용된 일부 아프간 여성들이 아프간 탈출을 위해 억지로 결혼을 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구조대상에 포함된 남성과 자신을 가족들이 강제로 결혼시켰다는 것이다. 이들 여성 중에서는 어린 소녀들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미 국무부는 이 사안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국무부 고위 관리자는 “아프간인에 대한 인신매매 사례를 파악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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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1일에는 아프간인의 대규모 유입 가능성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EU 회원국 내무장관 회의가 열렸다. 이들은 “과거 직면했던 제어되지 않은 대규모 불법 이주 움직임의 재발을 막기 위해 공동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유럽은 지난 2015년 시리아 내전 난민들과 관련된 사회 문제들로 갈등을 경험한 적이 있다. 테러와 반 무슬림, 인종주의, 포퓰리즘 등으로 인해 문제를 겪은 이후 유럽은 난민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각국이 감당해야 할 비용 또한 난민 수용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영국은 아프간 난민을 5천 명 정도 수용하겠다고 했으나, 오스트리아, 폴란드, 스위스는 난민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이미 아프간 난민 5만 명을 임시 수용한 상태다.

 

8월 24일, 한국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난민 받지 말아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 글에 동의한 인원은 3만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청와대는 아프간 현지인 380명을 '난민이 아닌 특별공로자'로서 수용하기로 했다. 과거 정부의 현지 재건 사업에 협력했던 아프간인과 그 가족들을 입국하도록 도운 것이다. 문 대통령은 “우리를 도운 아프간인들에게 도의적 책임을 다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또 의미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8년,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 신청허가 폐지/개헌 청원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허위 난민 신청으로 인한 피해, 다른 문화 마찰로 인한 사회문제 등을 이유로 난민 입국 허가에 대해 재고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 글은 71만 명의 동의를 받아 당시 법무부 장관의 답변을 이끌어냈다.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은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 협약 탈퇴 시 국제사회 발언권 약화, 국제적 고립 등 국익에 미치는 문제점을 고려할 때, 난민협약 탈퇴나 난민법 폐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던 바가 있다. 또한 개선의 일환으로 난민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아프간 난민들을 둘러싼 의견과 과거 예멘 난민 수용에 관한 의견들은 변함이 없다. 시간은 흐르고 있는데 반대의 시선들은 변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문화적 차이와 테러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에서 비롯됐다. 다른 사상이 물리적 폭력을 가져올 것이라는 논리다. 또한 아직 휴전 중인 상태에서 난민을 받는 것은 상황상 올바르지 않으며, 우리나라는 잠재적 난민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 또한 반대의 이유 중 하나이다. 탈북민 30만 명조차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고 동아시아를 떠돌고 있는데 이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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