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종을 변화시켜 '감사'
한예종을 변화시켜 '감사'
  • 허좋은 기자
  • 승인 2009.09.03 15:06
  • 호수 1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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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 사태가 지난 25일로 100일을 넘겼다. 오랜 투쟁으로 지루하고 지칠 만도 하지만 이들의 투쟁은 계속된다. 기자가 8월 29일 석관동에 위치한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찾았을 때 학교는 깔끔했다. 학생들의 주장이 담긴 벽보들이 벽이라는 벽은 다 도배 해놓았으리라 기대하고 왔기에 의외였다. 대학 본관 건물에 걸린 박종원 신임 총장 취임식 현수막만이 기자를 반길 뿐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취임식 때문에 학교에 벽보들을 다 떼버렸다고 한다. 기자는 깔끔한 외관과는 달리 어지러운 한예종 학생들의 솔직한 심경을 듣기 위해 김주현(영상이론·2) 한예종 학생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과 정예은(서사창작·3) 서사창작과 학회장을 만났다.

학생들을 만난 뒤 먼저 황지우 전 총장의 사퇴 기자회견 날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김 학생은 “잘됐다는 반응은 확실히 없었다”며 그날 학생들의 반응을 말했다. 정 학생은 “작년부터 ‘영상원을 해체해서 부산으로 옮긴다더라’ 등의 괴담은 들어왔었다. 그런데 그게 현실화 된 것”이라며 너무 놀라 “(사퇴 발언일)화요일(19일) 7시에 일어나서 토요일(23일) 4시가 되서야 잤다”며 당시의 당황스러움을 전했다.

무대미술과 학생들이 설치한 종이 비행기<제공: 한예종 비대위> 

전혀 운동권이지 않은 그들의 운동
갑작스럽게 이번 사건을 맞은 한예종 학생들은 당혹감과 함께 뭉치기 시작했다고 한다. 본래 한예종의 학내 분위기는 전혀 운동이 없는 학교이자 학내 자치활동도 없던 학교였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확실히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정 학생은 “감사가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좋은 점이 많이 생겼다”고 했다. 김 학생은 “전체학생대회를 급하게 여느라 이틀 정도의 홍보만하고 개최했다. 그런데 3000명이 안되는 전교생 중 500여 명의 학생들이 몰렸다”며 학생들의 이례적인 높은 참여를 전했다. 정 학생 말마 따라 “자기 전공만 파는 아웃사이더들과 영재교육을 받고 조기 진학한 경우가 많아 10대 후반인 경우가 많은 무용원 학생”과 같이 전혀 운동권이 아니었던 한예종 학생들의 운동이 시작된다.
예술 전공자들이 모인 학교라 집회도 색달랐다. 그들은 전공을 살려 플레시몹과 유인촌 장관 초상화 그리기, 문화부의 감사를 비꼰 ‘감사합니다’나 구지가를 패러디한 ‘유지가’와 같은 노래를 공연하는 등 집회를 하나의 종합예술제로 만들었다. 기자의 눈에 특별해 보였던 이 부분에 대해 질문을 하자 김 학생은 담담하게 “우리는 집회를 문화제로 신고하고 문화제로 생각해서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운동권 경험이 없고 집회를 해본 경험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어찌 보면 시행착오일 수 있는데 오히려 재밌게 보여 진 것 같다”며 웃음을 띠였다.
오랜 기간 투쟁을 했음에도 아직 감사결과는 그대로이고 학교 측의 감사에 대한 이행계획보고서도 감사결과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학생들이 지칠 법도 하다. 정 학생은 너무 지쳐 “등록하기 싫었다”고 할 정도였다. 이 일로 인해 편두통도 오고 우울해졌다고 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예종 연극원 학생들이 지난 7월 1일 문화부 앞 집회에서 신문지를 이용한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제공: 한예종 비대위>

 

지난여름 한예종 비대위는 방학 중에도 학생들을 동원하기 위해서, 그리고 국립 예술대의 성과를 사회에 환원하고자 ‘자유예술대학’이라는 행사를 열었다. 한예종의 학생·교수·동문·학부모들이 모두가 협력하여 무료로, 일반인에게도 공개 강연을 열어 성공리에 마쳤다. 김 학생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연례행사로 추진할 것”이라며 이 행사의 지속성을 추진하고 있음을 밝혔다.
학생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징계를 받게 된 교수들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했다. 김 학생은 황 전 총장이 교수직마저 박탈당한 상태에서 “시간강사라도 하겠다며 학교 측에 요청했지만 감사 관련 징계와 학교 측과 교수지위확인 소송 중이라는 점을 이유로 거부당했다”며 학교 측의 태도에 아쉬움을 보였다. 또한 진씨에 대해서도 “객원교수로 오래 계실 분도 아닌데 무리하게 내쫓았다”며 필요 이상의 무리수를 둔 감사를 꼬집었다.
학생들은 끝으로 “각자의 공간에서 자신의 부당함을 알리다보면 어느 지점에서 맞닿을 수 있을 것”이라며 본교 학생들과도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 것을 기대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부당한 감사가 철회 될 때까지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한다. 문화부 감사로 인해 새로운 투사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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